유니온, ‘프라이빗 브릿징’ 백서 발표… 기관용 디파이 위한 ‘Z-에셋’ 표준 제시
페이지 정보
본문

유니온, ‘프라이빗 브릿징’ 백서 발표
영지식(Zero-Knowledge·ZK) 증명을 기반으로 한 레이어1(L1) 블록체인 프로젝트 유니온(Union·U)이 기관 투자자를 겨냥한 새로운 프라이버시 인프라를 공개했다. 유니온은 17일(현지시각) 백서를 통해 크로스체인 전송 전 과정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프라이빗 브릿징(Private Bridging)’ 솔루션과 함께, 기관용 디파이(DeFi)를 위한 토큰 표준 ‘Z-에셋(Z-Asset)’의 청사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기관이 외면한 디파이, ‘지나친 투명성’이 걸림돌
전통 금융 시장에서 기업의 자금 이동이나 초고액 자산가의 거래 정보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거래 당사자와 규제 기관만이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업의 전략이 보호되고, 시장 조작이나 선행매매(front-running) 리스크도 완화된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거래 내역, 잔액, 지갑 관계가 모두 공개된다. 특정 주소의 활동 히스토리와 자산 규모를 누구나 추적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거래 전략을 유추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유니온은 새 백서에서 이러한 구조가 “기관이 요구하는 기밀성 기준과 본질적으로 충돌하며,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프로토콜의 본격적인 기관 채택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특히 체인 간 이동이 필수적인 현재의 디파이 환경에서, 브릿징(Bridging) 과정에서 주소와 자산 이동 경로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단일 체인 프라이버시로는 부족… ‘크로스체인 기밀성’ 요구 커져
일부 블록체인에서는 이미 프라이버시 기능을 도입해 거래 내역을 부분적으로 숨기고 있다. 그러나 단일 체인 내부에서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경우, 사용자가 자산을 다른 체인으로 옮기는 순간 흔적이 다시 드러난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 기능이 있는 체인에서 토큰을 보호하더라도, 이후 이더리움이나 레이어2로 자산을 브릿징하는 과정에서 “어느 주소가 얼마를 어디로 옮겼는지”가 다시 기록된다. 이 때문에 완전한 기관용 디파이 인프라를 구현하려면, 체인 간 전송 전 과정에서 기밀성이 유지되는 ‘크로스체인 프라이버시 모델’이 필수라는 요구가 커져 왔다. 유니온의 프라이빗 브릿징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가상 소각’ + ‘영지식 증명 상환’의 2단계 구조
유니온이 제시한 프라이빗 브릿징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핵심 개념은 **‘가상 소각(Virtual Burn)’과 ‘영지식 증명 기반 상환(Redeem)’**이다.
1단계: ‘가상 소각’으로 출발점 흔적 숨기기
먼저 사용자는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비밀 값(secret value)’을 생성한 뒤, 이 값과 대상 체인의 체인 ID를 조합해 암호학적으로 파衍된 **‘사용 불가능한 주소’**를 만든다. 이후 사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ERC20 토큰을 이 주소로 전송한다.
이 작업이 바로 ‘가상 소각’이다. 토큰이 더 이상 해당 체인에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소각과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브릿징을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 중요 포인트는 이 전송이 일반적인 ERC20 전송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는 이 전송이 단순한 지갑 간 이동인지, 프라이빗 브릿징을 위한 가상 소각인지 구별할 수 없다. 이로써 첫 단계에서 이미 송신 의도와 브릿징 여부가 감춰지는 1차 프라이버시 레이어가 형성된다.
2단계: 영지식(ZK) 증명으로 대상 체인에서 상환
자산을 다른 체인에서 다시 받기 위해, 사용자는 두 번째 단계인 상환 과정을 진행한다. 이때 사용자는 다음 두 가지를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으로 제시한다. 자신이 특정 ‘비밀 값’을 알고 있다는 사실 소스 체인에서 ‘사용 불가능한 주소’로 이전된 토큰 잔액이 존재했다는 사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상환 과정에서도 어느 체인에서 자산이 출발했는지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다.
하나의 거대한 익명성 풀… “부트스트랩 문제 해결”
유니온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는 **여러 체인의 상태 루트(state root)를 유지하는 라이트 클라이언트(light client)**다. 이 라이트 클라이언트를 통해 유니온은 이더리움(Ethereum), 베이스(Base), 아비트럼(Arbitrum) 등 여러 네트워크의 상태를 동시에 참조한다.
사용자가 상환을 진행할 때에는, 실제로 자금을 예치한 체인을 이들 중에서 선택해 증명에 포함한다. 그러나 영지식 기술 덕분에 검증자는 “이들 후보 체인 중 어디에서 자금이 왔는지”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다.
유니온은 백서에서, 연결된 모든 체인이 하나의 거대한 익명성 풀(anonymity set)을 구성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이 항상 겪어온 “초기 사용자 부족 문제(부트스트래핑)”를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참여 체인이 많아질수록, 브릿징에 참여하는 주소와 거래가 늘어날수록 각 사용자가 얻게 되는 익명성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최종적으로 대상 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제출된 영지식 증명을 검증하고, 유니온이 관리하는 글로벌 스테이트 루트와 대조해 원래 가상 소각된 토큰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확인한다. 검증이 끝나면, 대상 체인에서는 **동일한 양의 토큰이 새로 민팅(mint)**된다. 이 과정 전체에서 송신자·수신자의 온체인 주소 연결고리는 남지 않는다.
‘Z-에셋’ 표준: 기존 ERC20을 기관급 프라이버시 자산으로
유니온은 프라이빗 브릿징과 함께 **새로운 토큰 표준 ‘Z-에셋(Z-Asset)’**도 제안했다. Z-에셋 표준의 목표는 단순하다. “기존 ERC20 발행자가 별도의 체인 이주 없이, 자신의 토큰에 **크로스체인 프라이버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하자.” Z-에셋을 채택한 토큰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듀얼 모드(Dual Mode) 브릿징 지원
표준 모드(Standard Mode): 속도와 단순성을 중시하는 일반 브릿징 방식
기밀 모드(Confidential Mode): 유니온의 프라이빗 브릿징과 ZK 증명을 활용한 고프라이버시 모드
사용자는 거래 목적과 상황에 따라 표준 모드와 기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단순 거래소 간 이동, 소액 전송 → 표준 모드
기관 간 대규모 이동, 전략 노출 우려가 큰 자금 전송 → 기밀 모드
브릿징 경로와 상관없이 ‘완전한 대체가능성’ 유지
프라이버시 토큰 설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기밀 전송을 거친 토큰이 시장에서는 따로 취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유니온의 Z-에셋 표준은 이 부분을 명확히 겨냥한다. 백서에 따르면 Z-에셋 기반 토큰은 어떤 브릿징 모드로 이동했는지에 상관없이, 도착 체인에서는 완전히 동일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다시 말해, 표준 모드로 브릿징된 토큰, 기밀 모드(프라이빗 브릿징)로 브릿징된 토큰 이 둘이 **온체인에서 구분되지 않으며, 동일한 유동성과 가격, 동일한 대체가능성(fungibility)**을 유지한다.
이는 곧 프라이버시를 선택한 사용자가 유동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설계이기도 하다. 특정 토큰이 “프라이버시를 사용했던 이력” 때문에 따로 취급되거나 할인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기관 투자자도 안심하고 기밀 모드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기관용 디파이를 향한 유니온의 포지셔닝
유니온의 프라이빗 브릿징과 Z-에셋 표준은, 디파이가 오랫동안 직면해 온 “기관 자금 유입” 문제에 직접적인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온체인 투명성을 장점으로 삼아 성장해 온 디파이, 기밀성과 규제 친화성을 중시하는 전통 금융의 요구 이 둘 사이의 간극을 ZK 레이어1 기반 프라이버시 인프라와 크로스체인 프라이빗 브릿징으로 메우겠다는 것이 유니온의 전략이다.
유니온이 제안한 모델이 실제로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은행, 결제 기업 등에서 채택된다면, 온체인 결제, 기관 간 대규모 크로스체인 정산, 규제 친화적인 ‘기관용 디파이 풀’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 사례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프라이빗 브릿징과 Z-에셋 표준은 백서 형태로 구조가 공개된 단계이지만, 영지식 증명과 크로스체인 인프라를 결합해 **“은행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디지털 자산 브릿징에 이식한다”**는 유니온의 방향성은 기관과 디파이 업계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