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10일까지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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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시한 못 박고 입법 드라이브
여당이 정부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이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못 박으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본격적인 속도전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때 법안을 내지 못할 경우 국회가 직접 법안을 마련해 처리하겠다는 입장까지 공개적으로 밝히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안 제출 지연에 “10일까지 뼈대 가져오라” 압박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금융위원회와의 비공개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늦어도 12월 10일까지는 국회에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처럼 시장 영향이 큰 제도는 정부가 기본 골격을 신속히 공유해야 여야가 세부 조항을 조율할 수 있다며, 시간이 더 지체될 경우 정무위 간사로서 직접 의원입법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12월 중에는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공식 발의하고, 공개 토론과 추가 협의를 거쳐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일정을 가정하고 있다. 정부안이 제때 제출되느냐에 따라 이 로드맵이 실제로 작동할지가 갈릴 전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은행 과반 컨소시엄’으로 가닥
이번 당정협의에서 최대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였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시중은행, 여당 사이에서 그간 가장 날카롭게 엇갈렸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민간 디지털화폐’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이 직접 발행을 주도하는 구조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반면 정부와 여당 일부, 그리고 핀테크 업계는 민간 혁신을 살리기 위해 비은행·IT 기업에도 일정 부분 참여 기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왔다.
당정은 이날 협의에서 시중은행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하는 컨소시엄 형태를 유력한 발행 모델로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의 ‘안전판’을 맡고, 핀테크·플랫폼 기업이 서비스·기술 혁신을 책임지는 이른바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상정한 셈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분 구조, 최소 자기자본 요건, 상장·유통 규율 등 세부 기준은 아직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어떻게 구성할지, 은행·민간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도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세부조항에서 핵심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이 대통령 공약’ 가상자산 규율 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주요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 규율 체계의 핵심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 규칙 △준비자산(담보자산) 관리 기준 △발행사·지갑사업자·거래소의 인허가 및 감독 체계 △투자자 보호 의무와 공시 규칙 등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속도가 곧 공약 이행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여당이 ‘12월 10일 데드라인’까지 설정하며 정부를 재촉한 배경에는, 국제적으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 논의를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물적분할·지배구조 논란에 칼 댄다
이날 당정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외에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함께 논의했다. 최근 대형 상장사들의 물적분할, 자사주 활용 등 지배구조 이슈가 반복되면서 일반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논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적분할 시 일반 주주의 공모 신주 우선배정: 분할·재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기업 가치 상승의 과실을 일정 부분 공유하도록 하는 장치
공정가액 산정 의무 강화: 분할·합병·주식매수청구 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의무공개매수제 도입·보완: 상장사 지배력 확보를 위한 주식 취득 시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로만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 설계
여당은 자사주 의무소각 논의 등 상법 개정 흐름과 연동해 자본시장법을 손질, 기업 지배구조 전체를 패키지로 정비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밝힌 상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해킹 사고 대응·CISO 독립성 강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역시 당정협의 테이블에 올랐다. 최근 일부 금융·핀테크 서비스에서 대형 해킹 사고가 잇따르며 전자금융 인프라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논의 중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징벌적 과징금·이행강제금 도입: 대규모 정보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단순 과태료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해, 금융회사·전자금융업자의 보안 투자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장치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독립성 강화: 경영진과 분리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 영업·비용 압박보다 정보보호를 우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사후 제재 체계 정비: 사고 발생 후 조사·제재 절차를 명확히 해,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적으로 확보
여당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야당과의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세부 조율이 끝나는 대로 비교적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자산·자본시장·전자금융 ‘3대 금융 법제 패키지’로 추진
이번 당정협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엮어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상자산 산업 성장, 자본시장 신뢰 회복, 전자금융 보안 강화라는 세 축을 동시에 손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여당은 12월 안에 주요 법안을 발의하고,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쟁점이 워낙 복잡한 만큼 실제 처리 시점은 논의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디지털자산 규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정부안의 윤곽과 국회 논의 속도에 따라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