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8000달러 방어 실패…연말 앞두고 암호화폐 투자심리 다시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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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8000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위험
연말 랠리 기대감이 살아나기도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8만8000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더리움(ETH), 리플(XRP)을 포함한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국내외 거래소 시세를 종합하면,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에서 약 30% 가까이 미끄러진 상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비트코인과 주요 코인들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 숨 고르기인지, 더 큰 하락의 전조인지”를 두고 혼란스러운 눈치를 보이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국내선 약 1억3000만원…글로벌 시장에서도 4% 안팎 하락
1일 오전 9시54분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같은 시각보다 약 3.8%가량 낮은 1억3052만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도 비트코인은 약 3.8% 내린 8만7370달러 안팎에 머물며 8만8000달러 지지선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 하락으로 비트코인은 직전 최고가 대비 낙폭이 약 29% 수준까지 확대됐다. 연말을 한 달 앞둔 시점이지만, 일시적 반등 시도마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뚜렷한 상승 추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XRP 등 알트코인 줄줄이 내림세…상승 기대감 ‘차갑게 식어’
비트코인 약세는 알트코인 시장으로도 그대로 번졌다. 바이낸스 기준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약 5.2% 떨어진 2838.17달러 수준에서, 리플(XRP)은 6% 이상 하락한 2.0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이 일제히 5% 안팎 급락하면서, 최근까지 살아났던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단기간 급등 구간에서 추격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절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선물 시장에서 수억달러 규모 청산…레버리지 롱 포지션 직격탄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강제 청산이 한꺼번에 터지며 변동성이 더 커졌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관련 파생상품 시장에서 약 1억5285만달러(약 2166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정리됐다. 이 가운데 약 1억3940만달러(약 1976억원)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어서, 레버리지를 크게 활용한 매수 세력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을 합치면 같은 기간 약 4억7018만달러가 강제 청산된 것으로 집계된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았던 계좌들이 줄줄이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하락 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월 약세였던 해, 12월도 흔히 부진…“역사적 패턴 되풀이되나” 경계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 흐름을 ‘계절적 패턴’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 락 데이비스는 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이 지난 11월을 역사적으로 봐도 매우 부진한 성적으로 마감했다”며 “과거 데이터를 돌려보면, 11월을 하락으로 끝낸 해에 12월까지 추가 하락이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성만 보고 안일하게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보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와 산타 랠리…가상자산 시장은 ‘일단 지켜보자’ 분위기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인 미국 통화정책 역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의 향후 방향을 가를 요소로 꼽힌다. 오는 10일(현지시각)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에선 “이제는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그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조지 슐츠 기념 강연’에 참석해 발언과 대담을 진행한다. 일부에서는 이 자리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톤다운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시장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가격이 최근 흐름처럼 ‘정책 기대’와 별개로 약세를 이어갈 경우, 금리 인하 재료가 나와도 시장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공포·탐욕 지수 24까지 하락…“투자자, 공격적 매수보다 방어에 무게”
투자심리 지표 역시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를 수치로 보여주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공포·탐욕(Fear & Greed) 지수는 이날 24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날 28포인트에서 추가로 내려가며 ‘공포(Fear)’ 영역으로 더 깊이 진입한 것이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매도·관망 심리가, 100에 다가갈수록 공격적인 매수 심리가 우세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수준은 “저가 매수보다 계좌 방어를 우선하는 구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공포 국면이 깊어질수록 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쓰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위험 구간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 “지금은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레버리지·포지션 재점검 필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이 정책 이슈와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는, 보유 포지션과 레버리지 비율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조언이 힘을 얻는다.
특히 선물·마진 거래 비중이 과도한 계좌 정리, 손절 및 익절 기준 재설정, 스테이블 코인 및 현금 비중 확대등 방어적인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이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 인하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지고, 공포·탐욕 지수가 공포 영역에서 벗어나 ‘중립’ 이상으로 회복되는 추가 신호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