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비트코인, 디지털 라부부"…문은 열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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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거래는 허용했지만 “비생산 자산”이라는 내부 평가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 가 마침내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했지만, 정작 비트코인(Bitcoin, BTC)에 대한 내부 평가는 여전히 냉담한 것으로 드러났다.형식적으로는 문을 열었지만, 장기 투자 대상으로서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뉴스 보도에 따르면, 뱅가드 글로벌 퀀트 주식 부문 총괄 존 아메릭스(John Ameriks) 는 최근 블룸버그 주최 ETF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수익도 없고, 복리도 없고, 배당도 없는 자산”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일종의 ‘디지털 라부부’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그의 평가가 나온 시점은, 비트코인이 10월 고점인 12만 6,000달러에서 밀려 현재 9만 달러 안팎으로 조정을 받은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ETF는 허용, 우리 상품은 없다”…마지못한 문 열기
뱅가드는 자체 비트코인 ETF를 만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못박았다.다만 올해 초 미국 시장에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이후 몇 달간 상품 구조와 운용 방식을 검토한 끝에, 외부 운용사가 만든 비트코인 현물 ETF에 한해 고객 매매를 허용하기로 했다.아메릭스는 이 과정을 두고“상품이 설명된 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도,개별 투자자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권하거나 장기 자산으로 추천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사실상 “고객이 원하면 거래는 열어 주되, 우리가 먼저 추천하진 않는다”는 메시지다.
블랙록·피델리티와의 격차…압박 속에서 나온 ‘정책 조정’
이번 변화에는 경쟁사 압박과 고객 반발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블랙록(BlackRock) 과 피델리티(Fidelity) 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내놓은 뒤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흡수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상장 이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순자산 700억 달러를 돌파한 ETF 로 기록되며 상징성을 키웠다.반면 뱅가드는 그동안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ETF 접근 자체를 막아 고객 항의를 받아 왔다.결국 “완전 배제” 전략을 고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접근만 허용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여기에 경영진 교체도 변수로 작용했다.올해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 살림 람지(Salim Ramji) 는 블랙록 재직 시절 ETF 사업을 이끌며 비트코인 현물 ETF 론칭을 직접 감독했던 인물이다.
다만 경영진 이력과는 별개로, 뱅가드는 공식적으로 “자체 암호화폐 ETF는 내놓지 않는다”는 기존 노선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그의 전임자 팀 버클리(Tim Buckley) 역시 비트코인 ETF가 은퇴 포트폴리오에 적합하지 않다고 못박은 바 있다.
“역사도 짧고, 생산성도 없다”…여전히 ‘비핵심·고위험’ 자산
뱅가드는 암호화폐를 고위험·비핵심(non-core) 자산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재단 조사에서도 미국 투자자의 약 66%가 암호화폐를 ‘매우 위험하거나 극도로 위험한 자산’ 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통 금융권과 대중 인식 간 온도차도 작지 않다.아메릭스는 비트코인이 고인플레이션,정치·지정학적 불안 등 특정 국면에서는 일종의 헤지 자산 역할을 할 여지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비트코인의 역사가 아직 너무 짧아, 이를 기반으로 장기 투자 논리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거리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