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 없어도 된다”...지갑이 새 금융 관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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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지갑이 단순한 코인 보관 창구를 넘어 결제와 투자, 자산 관리까지 품는 차세대 금융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제는 은행 앱 대신 지갑 하나만으로도 상당수 금융 활동을 처리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측시장까지 품은 지갑, 팬텀과 칼시의 실험
미국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온체인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는 최근 솔라나 기반 지갑 팬텀과 연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팬텀 이용자는 지갑 안에서 직접 이벤트 계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약 1천5백만 명에 이르는 팬텀 사용자는 별도 거래소 접속 없이 지갑에서 바로 예측시장에 자금을 배분하고 포지션을 관리할 수 있다.이번 연동은 지갑이 단순한 토큰 저장소를 넘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브라우저를 열거나 은행 앱을 켜지 않아도 지갑 하나로 투자와 결제가 동시에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마스크·코인베이스 월렛, 불편한 지갑에서 ‘앱 같은 지갑’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지갑은 사용하기 불편한 전문 도구에 가까웠다. 팬텀은 솔라나 전용 접속 수단 정도로 인식됐고, 메타마스크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주로만 작동해 초보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코인베이스 월렛 역시 여러 네트워크를 지원했지만, 복잡한 설정과 수수료 구조 때문에 이용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개발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기술 요소를 화면 뒤로 숨기고, 사용자에게는 계좌 조회와 송금, 투자 내역 확인 등 직관적인 기능만 보이도록 설계를 바꾸고 있다. 최근 지갑들은 토큰 스왑, L2 브릿지, NFT 관리 같은 기능을 모바일 뱅킹 앱 수준의 단순한 화면으로 제공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했다.
지갑, 다음 세대 ‘금융 슈퍼앱’ 자리 노린다
지갑의 진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통합이다. 일부 거래소 경영진은 지갑이 장기적으로 웹 브라우저를 대체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본다. 탈중앙화 앱, 온체인 게임, 디파이 서비스 접속이 모두 지갑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또 다른 사업자들은 지갑을 종합 금융 앱으로 규정한다. 중개, 결제, 자산 관리가 한 화면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자동 수익형 상품, 온체인 포인트 같은 기능을 한데 묶어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여기에 더해 보험 증권, 디지털 신분증, 자격증, 유언장까지 보관하는 개인 금고 역할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높은 허들…대중화까지 넘어야 할 벽
다만 지갑이 곧바로 기존 은행 앱과 카드 결제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많다. 이미 모바일 뱅킹과 간편 결제 서비스가 충분히 편리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굳이 새로운 지갑 앱으로 갈아탈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일부 핀테크 분석가들은 애플페이와 구글페이가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물 카드 사용 비중이 여전히 높은 점을 사례로 든다. 지갑 서비스가 진짜 대중 앱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코인을 보관하고 송금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금융 앱보다 압도적으로 편리하거나 더 높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인 지갑’에서 ‘올인원 금융 앱’으로의 시험대
지갑의 진화는 분명 시작됐다. 팬텀의 예측시장 연동,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의 지갑 강화 전략은 모두 사용자가 은행 앱을 켜지 않고도 투자와 결제, 자산 관리를 처리할 수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다만 규제 정비, 사용자 보호, 해킹 리스크 관리 같은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병행하는 형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은행 앱보다 먼저 켜는 금융 앱”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지갑 사업자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