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블록스페이스 ‘시장 설계’가 쟁점으로… PBS 다음 단계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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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스페이스 배분 구조 재조명… 인센티브·집중화·지연 문제가 쟁점
이더리움(Ethereum)에서 요즘 가장 중요한 논쟁은 수수료 수준 자체가 아니라, 블록스페이스(blockspace)를 누가 어떤 규칙으로 배분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트랜잭션을 블록에 올리는 “자리”가 사실상 거래되는 시장이 되면서, 네트워크의 효율과 공정성은 물론 탈중앙화까지 시장 구조의 영향을 직접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록스페이스는 ‘가스비’가 아니라 ‘희소 자원’이다
가스비는 표면에 보이는 가격표에 가깝다. 그 아래에는 더 근본적인 상품, 즉 한정된 블록 공간과 포함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디파이(DeFi)에서 같은 거래라도 포함 타이밍이 성패를 갈라놓고, 롤업 정산이나 대량 전송처럼 지연 비용이 큰 트랜잭션이 늘어날수록 블록스페이스는 단순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시장 설계 문제로 바뀐다.
PBS는 ‘검증자 부담’을 덜었지만, 시장의 복잡도는 커졌다
PBS(Proposer-Builder Separation, 프로포저-빌더 분리)는 검증자가 블록을 직접 “조립”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며 운영 부담을 줄였다. 그 결과 검증자는 비교적 경량화된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생태계 전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PBS가 널리 사용되는 환경에서는 블록 생성 과정이 여러 참여자와 단계로 나뉘며, 거래가 어디서 어떻게 가격이 매겨지고, 누구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장애가 어디서 발생할 수 있는지가 훨씬 복잡해진다. 이 지점에서 “현재 구조가 장기적으로 최선인가”라는 질문이 커진 것이다.
지금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4가지 ‘현실적’ 마찰
1) 중개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 필수인데 불안정한 운영 모델
PBS 파이프라인에는 빌더와 검증자 사이의 신뢰 문제를 완화하는 중개 계층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영역이 생태계에 필수적임에도, 운영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만큼 명확한 보상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운영이 후원이나 제한적인 수익화에 기대면, 트래픽이 급증하거나 장애 대응이 필요할 때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있고,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가 사용자 비용으로 되돌아올 위험이 있다.
2) 가격 신호 왜곡: “불안하니 더 내자”가 표준이 되는 순간
사용자는 트랜잭션이 제때 포함되지 않을까 봐 보수적으로 행동한다. 이게 누적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과지불 경향을 띤다. 결과적으로 혼잡이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용이 과하게 올라가거나, 특정 경로를 택한 주문만 유리해지는 식으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 매끄럽지 못해진다. 가스비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이 흐름과 맞물릴 수 있다.
3) 집중화 리스크: “규모의 경제”가 시장을 한쪽으로 기울인다
블록 구성 시장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기 쉽다. 더 많은 주문 흐름과 더 빠른 인프라를 가진 참여자가 더 좋은 결과를 내고, 그 결과가 다시 점유율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정 장애(데이터센터 문제, 운영 이슈 등)가 네트워크 경험 전체에 영향을 주는 단일 실패 지점으로 번질 가능성이 생기며, 특정 유형의 거래가 배제될 수 있다는 검열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든다.
4) 지연 경쟁과 지역 편차: 속도가 곧 수익이 되는 구조의 부작용
트랜잭션이 생성된 뒤 블록에 들어가기까지 거치는 경로가 길어질수록, **지연(latency)**과 지리적 위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트래픽이 몰릴 때 “다음 슬롯으로 밀리는” 현상은 사용자 입장에서 실패·재시도·추가 비용으로 체감될 수 있고, 결국 시장이 속도 중심 경쟁으로 재편되면 공정성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개선 논의의 방향: 더 단순하고, 더 투명하고, 더 개방적으로
최근 커뮤니티에서 힘을 얻는 해법의 공통분모는 다음과 같다.
가격 책정과 포함 과정의 투명성 강화
사용자가 불안 때문에 과지불하지 않도록, 블록스페이스 배분 규칙을 더 명확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수 인프라에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부여
중개 계층이 공공재 성격을 띠더라도, 운영이 불안정하면 전체 UX가 흔들린다. 그래서 안정적인 운영을 유도하는 보상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검증자는 가볍게,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통제력은 확보
검증자가 모든 것을 다시 떠안자는 게 아니라, 경량 운영을 유지하되 장애·집중화 상황에서 복구 가능한 최소한의 선택권을 갖추는 방향이 논의된다.
‘허락받아야 가능한 서비스’를 줄이고, 누구나 붙을 수 있는 서비스 레이어로
사전 확정(프리컨펌), 수수료 변동 리스크 완화, 실행 보장형 UX 같은 기능이 특정 사업자 조합에 종속되면 혁신이 느려진다. 그래서 개방형 표준/서비스 레이어를 강화하자는 흐름이 나온다.
Pectra 이후 ‘시장 구조’가 로드맵이 될까
확장성 논의가 단순 처리량에서 시장 설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블록스페이스가 이더리움의 핵심 상품이라면, 그 상품이 거래되는 방식이 곧 네트워크 가치의 실현 방식이 된다.
결국 다음 단계의 업그레이드 논의에서는 “더 빠르게”만큼이나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가 같은 무게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