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대신 거래소’…금감원 출신 영입전 커진다, 디지털자산 제도권 전환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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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문턱에 한 발 더 다가서면서, 업계의 인재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감독원 퇴직 인력이 거래소·블록체인 기업 등 디지털자산 업계로 향하는 흐름이 늘자, 시장에서는 다시 ‘전관 영입’ 논쟁이 불붙는 분위기다. 규제의 방향이 사업의 생존을 가르는 국면에서 감독 체계와 심사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인력이 곧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탓이다.
디지털자산 업계로 흐르는 ‘규제 전문가’…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제공된 자료 기준으로,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사례 가운데 디지털자산 업계로의 이동은 초반엔 미미했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2021년 1명, 2022년 2명, 2023년 0명 수준에서 2024년 5명, 2025년 7월까지 8명으로 증가 흐름이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이 변화가 우연이 아니라, 감독 강도 강화와 제도화 일정이 겹친 결과로 본다.
“규제 읽는 사람이 몸값 된다”…왜 지금 거래소가 금감원 출신을 찾나
가상자산 시장은 그동안 ‘기술’과 ‘유동성’ 중심으로 굴러갔다. 하지만 지금은 무게추가 ‘준법’과 ‘인가·갱신’으로 이동했다.거래소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한꺼번에 몰려 있다.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심사 대응,스테이블코인 규율 정비에 따른 사업 모델 재설계,토큰증권(STO)·현물 ETF 등 제도 도입 시 발생하는 이해상충·공시·내부통제 준비이 과정에서 감독기관 출신 인력은 단순 ‘인맥’이 아니라, 규정 해석–리스크 매핑–당국 커뮤니케이션 설계를 해낼 수 있는 실무형 자원으로 인식된다. 거래소가 로펌 자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전관 논란의 핵심 ‘유착’이 아니라 ‘신뢰 훼손’ 문제
반대 측의 문제 제기는 명확하다. 감독기관 출신이 감독 대상 업계로 이동하는 순간, 실제 부정이 없더라도 감독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특히 디지털자산 산업은 아직 “제도 설계가 진행 중”인 영역이다. 규정의 빈틈이 많고, 해석 여지가 넓을수록 특정 인력이 가진 경험치가 과도한 영향력으로 비칠 수 있다. 논란의 본질은 ‘불법 여부’보다 시장 신뢰·정책 정당성에 가깝다.
로펌행은 줄고, 거래소행은 늘어…재취업 지형이 바뀌는 이유
제공된 내용에서는 과거 전통 경로로 꼽히던 로펌행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흐름도 함께 나타난다. 대신 거래소·디지털자산 기업이 새로운 커리어 선택지로 부상한다.그 배경에는 “규제 산업화”가 있다. 디지털자산 기업이 커지면서 내부에 준법·감사·대관 조직을 직접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로펌 의존을 낮추고 인하우스(사내) 규제 대응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VASP 갱신·스테이블코인·STO·현물 ETF…정책 타임라인이 ‘인재 전쟁’ 만든다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포인트는 “다음 라운드의 규칙”이다.VASP 갱신 심사 결과가 기업의 사업 지속 여부를 좌우할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STO·현물 ETF가 제도화되면 거래소는 상장·심사·공시·시장감시 기준을 한 단계 올려야 한다.결국 거래소가 원하는 건 “이름값”이 아니라, 정책 변화가 실제 운영 규정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관 영입’ 논란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영입 수요도 더 커지는 모양새가 된다.
남은 숙제 전관을 막을 건가, 투명성을 올릴 건가
현실적으로 인력 이동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다만 논란을 줄이려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영입 과정·역할 범위의 투명한 공개,이해상충 가능 업무에서의 명확한 배제 규정,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조직의 독립성 강화,심사·감독 과정의 표준화와 기록성 강화.디지털자산 산업이 제도권으로 들어갈수록, “누가 왔는가”보다 “어떤 통제를 갖췄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감독기관 출신 영입이 경쟁력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이 불신을 키운다면 제도권 편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이번 ‘금감원 출신 쟁탈전’은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신뢰를 관리하는 기술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