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CTO, “XRPL 자동 업그레이드” 제동…노드 자율성 논쟁 왜 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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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Ripple)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가 XRP 레저(XRPL) 자동 업그레이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네트워크 운영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운영 편의성을 높이려는 제안이 나왔지만, 슈워츠는 “자동화가 자칫 노드 운영자의 통제권을 약화시키고 검증인(Validator) 권한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이유로 들었다.
“자동 업그레이드” 제안, 무엇이 문제였나
XRPL 커뮤니티에서는 검증인 투표 결과를 기반으로 서버 소프트웨어 리플드(rippled)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넣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XRPL이 수정안(Amendment) 승인 절차를 통해 네트워크 변경을 반영해온 만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자동화하면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하지만 슈워츠는 자동 업그레이드가 도입될 경우, 노드 운영자가 충분히 검토하거나 테스트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변경을 “사실상 강제”로 수용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정안 승인 시스템이 협력 메커니즘으로 유지되어야지, 거버넌스 장치로 과도하게 비대화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탈중앙화는 ‘운영자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슈워츠가 선을 그은 지점은 단순한 기능 논쟁이 아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노드 운영자 자율성은 보안과 신뢰의 기반이라는 관점이 깔려 있다. 자동 업그레이드는 편리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가 언제 무엇을 바꾸는가”라는 결정권이 검증인 중심으로 기울 수 있다. 이는 XRPL이 강조해온 분산 운영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게 슈워츠의 판단이다.
업데이트 속도 빨라지자…‘노드 차단’ 이슈가 촉매가 됐다
최근 XRPL에서는 업데이트 지연이 운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정 버전에서 수정안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제때 대응하지 못한 노드가 네트워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거론되며 운영자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주요 기능이 포함된 신규 버전이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등장하면서,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목소리도 커졌다.이런 배경은 자동 업그레이드 요구를 키웠지만, 슈워츠는 방향을 달리 잡았다. 편의성 강화가 탈중앙화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해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대안은 자동화가 아니라 ‘우선순위 경고 시스템’
슈워츠가 제시한 현실적 대안은 자동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중요 업데이트를 빠르고 명확하게 알리는 경고 체계다. 예를 들어 필수 보안 패치나 수정안 연계 버전을 일반 업데이트와 구분해 우선 안내하고, 미적용 시 발생 가능한 영향(합의 참여 제한, 기능 차단 가능성 등)을 운영자가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즉, XRPL 자동 업그레이드로 “대신 해주는” 접근이 아니라, 노드 운영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정보 전달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운영 효율’과 ‘탈중앙화’의 균형
XRPL 생태계가 커질수록 리플드 업데이트, 수정안 활성화, 노드 운영 안정성은 더 자주 충돌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업데이트를 더 쉽게”가 아니라, 운영 효율을 높이면서도 노드 자율성을 보존할 수 있느냐다. 이번 CTO의 반대 발언은 XRPL이 기술 편의보다 탈중앙화 운영 원칙을 우선하는 방향을 재확인한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