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에 기대 걸었던 이란, 디지털 달러 전략의 함정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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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회피 수단으로 선택한 테더가 통제 리스크로 되돌아온 이유
국제 금융 제재에 막힌 국가들이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탈출구로 삼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스테이블코인 운용 사례가 블록체인 금융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통화 방어와 무역 결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던 전략이 보안 사고와 발행사 개입으로 흔들리며, 디지털 자산 역시 완전히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전통 외환시장 막히자 디지털 달러로 눈 돌려
이란은 장기간 이어진 제재로 인해 달러 접근성이 크게 제한된 상태다. 이에 따라 실물 외환 대신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간접적인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디지털 자산은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처럼 보였다.이 과정에서 테더 기반 자산이 선택됐고, 확보된 물량은 국내 유통망을 통해 환율 안정과 결제 목적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를 ‘비공식 디지털 외환 보유고’ 성격의 운용으로 해석했다.
보안 사고가 만든 급격한 전환점
문제는 중앙 통제 아래 있던 자금 흐름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외부에 노출되면서 시작됐다. 현지 주요 암호화폐 인프라가 공격을 받자, 국가 기관과 연계된 자산 이동 경로까지 함께 드러났고, 이후 자금은 여러 네트워크와 지갑으로 급히 분산됐다.하지만 블록체인 거래의 공개성은 은폐를 어렵게 만들었다. 자산 형태를 바꾸고 이동 경로를 복잡하게 만드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추적 가능성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 주체의 개입, 결정적 변수로 작용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조치였다. 특정 주소에 대한 접근 제한이 이뤄지면서, 일부 디지털 자산은 사실상 사용이 중단됐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오히려 새로운 통제 지점이 된 셈이다.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을 통한 외환 운용 전략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받게 됐고, 국가 단위의 자금 운용에서 민간 발행사 의존도가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도 함께 드러났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만든 역설
이번 사례는 블록체인이 익명성과 자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록이 남는 구조라는 점에서 강력한 감시 도구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 자체를 막기 어렵더라도, 발행·유통 단계에서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의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발행 구조와 규제 환경을 벗어난 완전한 ‘무국적 화폐’는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평가한다.
디지털 자산, 제재 회피 해법 아닌 새로운 변수
전문가들은 이란 사례를 디지털 금융의 실패라기보다,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고로 해석한다. 중앙화된 요소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은 상황에 따라 기존 금융보다 더 빠르게 통제될 수 있으며, 국가 단위 활용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결국 스테이블코인은 제재를 무력화하는 만능 도구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금융 인프라에 불과하다. 이란의 선택은 디지털 자산이 자유의 상징이 될 수도, 통제의 연장이 될 수도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