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는 붕괴, 선택지는 블록체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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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와 인플레이션 속 이란에서 가상자산이 생존 수단으로 떠오른 이유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장기 경제 침체가 겹치며 이란의 통화 시스템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가상자산이 정권과 시민 모두에게 핵심적인 금융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대체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알화 붕괴 이후 커진 가상자산 의존도
최근 수년간 이란의 법정화폐 리알은 급격한 가치 하락을 겪어 왔다. 2018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통화 가치가 사실상 대부분 증발하면서, 실질 구매력은 급감했고 물가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같은 환경에서 시민과 기업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벗어난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 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빠르게 확대됐다. 이는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통화 신뢰 붕괴가 불러온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군부까지 뛰어든 가상자산 활용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란 권력 구조의 핵심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온체인 분석 결과, 이란 관련 가상자산 유입 자금 중 상당 부분이 IRGC와 연계된 주소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전문가들은 국제 제재로 전통적인 외화 조달 경로가 차단되자, 가상자산이 새로운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원유 수출 대금 결제, 해외 네트워크 자금 이전, 제재 회피 거래 등 다양한 목적에서 블록체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민에게는 ‘투자’ 아닌 ‘탈출구’
정권과 달리 일반 시민에게 가상자산은 생존 전략에 가깝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통신 통제가 예고되던 시기, 개인 지갑으로의 비트코인 이동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액 출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은 일부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가계까지 암호화폐로 자산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다.이는 정부가 쉽게 통제하거나 압수하기 어려운 디지털 자산의 특성이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지에서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투기 수단이 아니라, 내일을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쟁·테러 국면마다 출렁이는 온체인 지표
흥미로운 점은 이란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주요 군사 충돌이나 테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거래 활동이 급증하거나 급락하며, 블록체인 데이터가 일종의 조기 경보 지표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실제로 군사 충돌 국면에서 거래소와 금융 인프라가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가상자산 네트워크 자체가 현대 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날의 검’이 된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이란 사례가 가상자산의 이중적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제재를 받는 정권의 자금 조달 수단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억압받는 시민들에게 자산 보호와 이동의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블록체인 분석 업계는 국제 사회가 이러한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상자산이 더 이상 주변부 금융이 아닌, 국가 단위 위기와 권력 구조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