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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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내부 갈등이 ‘디지털 화폐 주도권 싸움’으로 번진 이유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적인 입법 단계에 진입하면서, 금융 산업 내부의 긴장도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국회가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 법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자, 은행과 핀테크 업권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역할과 권한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단순한 규제 설계를 넘어, 향후 디지털 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가르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공백 속 국회 주도 입법 가속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디지털자산을 포괄하는 기본법 정비를 위해 별도의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단일 정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가 주도적으로 제도 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여당은 추가 협의와 태스크포스 논의를 거쳐 이르면 2월 초 법안을 공식 발의하고, 상반기 내 제도적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정책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입법 국면으로 이동했다.
발행 주체·지분 구조·이자 문제…결론 못 낸 핵심 쟁점
다만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 차가 크다.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은행 지분 요건을 둘 것인지, 거래소나 비은행 사업자의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특히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나 보상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규정할 것인지, 예금과 유사한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와 직결되는 문제로, 법안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 판단 요소로 꼽힌다.
은행은 통제, 핀테크는 개방…시각차 뚜렷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확산될 경우 기존 예금 기반 금융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발행과 유통을 기존 금융 규제 체계 안에 두고, 은행이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리다.반면 핀테크 업계는 은행 중심 구조가 고착될 경우 혁신 가능성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비은행 사업자와 기술 기업의 참여가 허용돼야 경쟁과 서비스 혁신이 촉진되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책 당국, 균형점 찾기 쉽지 않아
정책 당국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나치게 보수적인 규제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고, 반대로 규제가 느슨할 경우 시장 불안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로 인해 정부 부처 간, 국회와의 입장 차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이블코인 논의, 장기전 불가피
여당은 추가 논의를 통해 쟁점을 정리한 뒤 지도부 보고를 거쳐 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보다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업계에서는 이번 입법 과정이 단순한 규제 마련을 넘어,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의 구조와 권력 지형을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